한국문화 홍보에만 치중 이민선조 역사교육 뒷전
기획취재
2세 뿌리교육 문제점

입력일자: 2012-03-08 (목)

한인 2세들을 위한 뿌리교육을 강조하는 구호가 한인사회에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2세들을 위한 이민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균형잡힌 뿌리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민역사 100년이 넘도록 2세들을 위한 이민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한인사회의 빈약한 뿌리교육 실태를 점검했다.

■이민사 유적 풍요 속에 이민사 교육은 빈약
캘리포니아는 100여년전 이민선조들이 미 본토에 첫 발을 내디딘 곳으로 도처에 한인 이민사의 소중한 유적이 널려 있고,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활약했던 LA에는 대한인 국민회, 대한인 동지회(구 동지회 북미 총회관), 도산 안창호 생가 등 유적과 사료가 남아 있지만 정작 이 소중한 유적들이 보존되기는커녕 방치되고 있는데다 2세들을 위한 뿌리교육에도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인단체들의 뿌리교육 프로그램은 구호성 1회용 행사에 그치거나 한국문화 홍보에 편향돼 있을 뿐 한인 이민 100년사를 2세들에게 전해 줄 내실있는 프로그램이 전무하다.

한인 2세 한국어 교육관련 단체들인 미주한국학교연합회, 한국어진흥재단 등이 그간 2세들을 위한 한인 정체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실질적인 한인 이민사 교육 프로그램은 여태껏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주한국학교연합회 최정인 회장은 “교사 연수회 때 관련 책자를 배부하지만 지속적인 교육이나 현장 체험은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민사 유적을 둘러보고 싶어도 보험, 버스대절 비용 등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나마 LA 한국교육원이 지난해부터 여름방학 특별 프로그램과 교사연수회를 통해 한인 이민사 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교육 대상이 일부 교사와 학생들로 한정돼 있다.

금용한 교육원장은 “교육원으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뿌리교육 차원에서 2세들을 위한 이민역사 교육 프로그램은 주말 한국학교 등 한인 교육단체들이 나서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한국 홍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LA 한국문화원도 주류 사회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으로 한인 2세들을 대상으로 한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균형 있는 이민사 뿌리교육 절실
“한인 이민역사 100년 없이 한인 2세들이 자신의 뿌리 정체성을 튼튼히 할 수 있을까요”

부실한 한인 이민사 교육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뜻있는 한인들은 더 늦기 전에 한인사회와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민사 100년을 토대로 한 한인 2세 뿌리교육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 청소년들이 이민선조들의 역사와 뿌리를 바탕으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을 확고히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인 2세 뿌리교육과 차세대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홍명기 밝은미래재단 이사장은 “한인사회가 정체성, 자긍심 교육이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정작 ‘우리가 미국 땅에 어떻게 뿌리 내렸는지’를 외면한다”며 “한인단체와 학부모들이 청소년을 데리고 가까운 역사 유적을 한 번이라도 둘러보는 것이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인 역사박물관 민병용 관장도 “우리가 왜 이민을 왔고 선조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어떻게 이뤘는지 되새기는 것은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며 “한인사회가 100년만에 크게 성공하고 주류사회에서 인정받은 역사적 사실을 후대에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원본기사출처: http://www.koreatimes.com/article/716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