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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수를 위한 기본적인 문법 규칙(김제열 교수)

작성자 KSAA
작성일 10-01-22 10:42 | 54,534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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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얼지 교육자료)

한국어 교수를 위한 기본적인 문법 규칙

 
김  제 열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교사는 한국어 문법 지식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교수-학습 변인을 고려할 때, 학생들에게 직접 문법을 가르치지 않을 수는 있다. 때로는 문법 중심의 수업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교실의 교사라고 해서 문법적 체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언어 교수-학습의 체계를 세우려다 보면  많은 부분 문법의 체계, 혹은 언어 발달의 체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의 한국학교 교사들에게 문법은 공부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막상 공부하기에는 양도 너무 많고, 어렵기도 한 부분인 것 같다. 한국에서 관련 공부를 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괜찮지만 미국에 와서 한국어 교사를 생각한 많은 분들에게는 딱히 공부할 교재와 기관이 마땅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광범위한 문법 규칙들 중에서 미국 한국학교 교사들에게 필요할 법한 내용을 비교적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사실, 국어학적 관점에서 보면 아주 간단한 규칙들이 대부분이지만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자주 다루게 되는, 긴요한 규칙들을 제시하려고 한다.
  규칙은 크게 조사의 문법 규칙과 어미의 문법 규칙, 그리고 불규칙동사로 나누어 제시될 것이다. 조사의 경우는 음운적 규칙과 통사적 규칙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어미의 경우는 음운적, 형태적, 통사적 규칙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불규칙동사는 ‘ㄹ’ 동사, ‘ㅂ’ 동사, ‘ㄷ’ 동사, ‘르’ 동사, ‘ㅅ’ 동사, ‘ㅎ’ 동사로 나누어 제시하겠다.

1. 조사의 문법 규칙
1.1. 음운적 규칙
  한국어 조사는 일반적으로 선행명사의 받침 유무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즉 선행명사가 ‘선생님’일 때와 ‘친구’일 때 주격 조사는 각각 ‘이’와 ‘가’로 구분된다. (1)은 그런 조사의 짝들이다. (1가)와 (1나) 조사 짝들은 선행어의 음운적 조건에 따라서 형태가 달라지므로 ‘음운론적 이형태’라 한다. 교사는 이형태의 짝을 알아야 두 형태를 같이 가르칠 수 있다. 즉, 주격 조사를 가르칠 때 ‘이’만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1)
가.        선생님        :        은,        이,        을,        과,        이랑,        이나,        이라서,        으로
나.        친구        :        는,        가,        를,        와,        랑,        나,        라서,        로

  조사의 음운 규칙은 비교적 한국어 교사들에게 익숙한 규칙이지만 ‘으로/로’는 유의해야 한다. 선행명사의 받침이 ‘ㄹ’ 일 경우에는 다른 자음 받침처럼 ‘-으로’가 선택되지 않고 받침이 없을 때처럼 ‘로’가 선택된다.

  (1)'
가.        선생님        :        으로
나.        친구, 화장실, 교실, 칼        :        로

  또 하나 한국어교사가 유의할 것은 서술격조사 ‘-이다’의 활용형이다. ‘이다’의 활용형은 음운적 환경에 따라 필수적 이형태가 쓰이는 경우, 수의적 이형태가 쓰이는 경우, 그리고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형태가 쓰이는 경우가 있다.

  (2) 가. 선생님/친구 : -이에요/예요, -이라고/라고
    나. 선생님/친구 : -이지만/(이)지만, -이고/(이)고, -이며/(이)며
    다. 선생님/친구 : -입니다, -일까요?, -인데요, -인 모양이에요

  (2가)는 선행어 받침의 유무에 따라 다른 형태를 선택해야만 하는 필수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2나)는 선행어에 받침이 없는 경우 형태의 일부인 ‘이’를 쓰지 않는 것이 허용되기는 하지만 쓰는 것이 기본형이다. (2다)는 선행어 받침의 유무와 무관하게 한 가지 형태만 기본형으로 인정된다.1) 모두 같은 서술격조사의 활용형이지만 환경에 따라 허용성과 필수성이 달라지므로 교사는 각각의 활용형을 가르칠 때 이형태를 학습자들에게 꼭 확인시켜야 한다. 
 
1.2. 통사적 규칙
  조사는 문장 안에서 다른 (통사적) 성분에 영향을 미쳐 쓰임을 제약하기도 한다.

  (3) 가. 공책에다가 이름을 쓰세요.
    나. 할아버지께서 이 사과를 주셨어요.
    다. 이 안경을 할머니께 드려라.
    라. 정부에서 그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어요.

  (3가)의 ‘에다가’는 서술어로 ‘목적어를 가질 수 있는 타동사’만 허용한다. (3나)의 ‘께서’는 서술어에 높임의 선어말어미 ‘-으시-’와 호응해야 한다. (3다)의 ‘께’는 서술어의 공손법 어휘 ‘드리다’와 호응한다. (3라)의 주격 조사 ‘에서’는 ‘정부’나 ‘회사’ 같은 단체 명사와 호응하는 주격조사이다. 이와 같이 단어 단위를 넘어서서 문장 단위의 구성 요소 간에 서로 영향을 미치는 규칙을 통사적 규칙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조사의 통사적 규칙들은 해당 문법 요소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므로 교사가 수업 전에 점검하여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연습시킬 것이지 준비되어야 한다.

2. 어미의 문법 규칙
2.1. 음운적 규칙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는 두 가지 종류의 이형태가 있다. 선행동사 어간의 받침의 유무에 따라 형태를 달리 쓰는 형태와 선행동사 어간의 음절 성격에 따라 달리 쓰는 형태가 있다. 전자는 매개모음 ‘-으-’를 선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해당되는 것이고, 후자는 ‘-어’를 선택하느냐, ‘-아’를 선택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여’를 선택하느냐에 해당되는 것이다.
 
  (4)
가.        잡다, 작다        :        Vst-을까요?,        Vst-으면,        Vst-음,        AVst-읍시다,
                          AVst-으러,        DVst-은데        …2)
 
나.        자다, 크다        :        Vst-ㄹ까요?,        Vst-면,        Vst-ㅁ,        AVst-ㅂ시다,
                          AVst -러,        DVst-ㄴ데        …       

  (4가)와 (4나)의 어미 쌍들은 선행동사 어간의 받침 유무에 따라 ‘-으-’를 쓰고, 안 쓰고가 결정되는 음운론적 이형태이다. 각각의 예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사에만 쓸 수 있는 어미가 있고, 형용사에서만 쓸 수 있는 형태가 있지만 동사인지 형용사인지는 이형태의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매개모음 ‘-으-’와 관련되지 않으면서 받침의 유무에 따라 선택되는 형태가 다른 어미가 약간 더 있다.  (5)는 ‘-습니다’와 ‘-ㅂ니다’로 형태가 달라지므로 ‘-스-’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고, (6)은 ‘-는다’와 ‘-ㄴ다’로 형태가 달라지므로 ‘-느-’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5) 가. 잡다, 작다 : Vst-습니다
      나. 자다, 크다 : Vst-ㅂ니다

  (6) 가. 잡다 : AVst-는다, AVst-는다고, AVst-는다면
      나. 자다 : AVst-ㄴ다, AVst-ㄴ다고, AVst-ㄴ다면

  어미도 조사와 마찬가지로 선행동사의 어간 말음이 ‘ㄹ’ 받침인 경우는 유념해야 한다. 아래의 예에서 보듯이 어간 말음이 모음인 경우처럼 ‘-으-’, ‘-스-’, ‘-느-’가 반영되지 않은 (4나), (5나), (6나)의 어미를 선택한다. 다만 이런 동사들은 ‘ㄹ’ 동사이므로 어미가 ‘ㄹ, ㄴ, ㅂ, ㅅ’로 시작할 때는 어간의 ‘ㄹ’이 탈락된다.

  (4') 만들다(놀다, 울다) : 만들까요?, 만들-면, 만듦, 만듭시다, 만들러 …
  (5') 만들다(놀다, 울다) : 만듭니다.
  (6') 만들다(놀다, 울다) : 만든다, 만든다고, 만든다면 …

  선행동사 어간의 종류에 따라 다른 형태의 어미가 선택될 수가 있다.

  (7) 
가.        먹다, 웃다,
크다, 입다        :        -어요,        -어서,        -었-,        -어도,        -어(하다, 지다) …
나.        잡다, 좋다        :        -아요,        -아서,        -았-,        -아도,        -아(하다, 지다) …
다.        하다        :        -여요,        -여서,        -였-,        -여도,        -여(하다, 지다) …

  선행어간의 음절이 (7가)와 같이  ‘ㅓ, ㅜ, ㅡ, ㅣ’이면 받침의 유무에 관계없이 ‘어’계열의 형태를 선택한다. (7나)와 같이 ‘ㅏ, ㅗ’이면 ‘아’계열의 형태를 선택한다. 그리고 (7다)와 같이 ‘하-’이면 ‘여’ 계열의 어미를 선택한다. 물론 (7다)는 ‘하여-’가 ‘해-’로 축약되어 ‘해요, 해서, 했-, 해도, 해(하다, 지다, 있다…) …’가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 실제로 한국어 모음 어미는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어 어미가 종류가 복잡한 것처럼 느껴지는 한 이유는 어미와 어간 사이에 모음 축약 혹은 탈락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8)과 같이 10 가지로 정리된다. 모음 축약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한국어 학습자들은 철자법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어렵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모음 축약 현상을 세심하고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8) 가. ㅏ+ㅏ⇒ㅏ : 가요, 자요, 만나요
    나. ㅗ+ㅏ⇒ㅘ : 와요, 봐요(보아요)
    다. ㅓ+ㅓ⇒ㅓ : 서요
    라. ㅜ+ㅓ⇒ㅝ : 배워요, 줘요(주어요)
    마. ㅣ+ㅓ⇒ㅕ : 가르쳐요, 기다려요, 마셔요
    바. ㅡ+ㅓ⇒ㅓ : 커요, 기뻐요, 예뻐요
    사. ㅡ+ㅏ⇒ㅏ : 아파요, 고파요
    아. ㅕ+ㅓ⇒ㅕ : 켜요
    자. ㅐ+ㅓ⇒ㅐ : 보내요, 지내요
    차. 하+여⇒해 : 해요, 일해요
   
2.2. 형태적 규칙
  어미 중에는 선행동사가 동작성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즉 동사냐 형용사냐에 따라 기능은 같으면서도 다른 형태가 선택되는 경우가 있다.
 
  (9)
가.        잡다, 가다        :        -는데,        -는 줄 알다,        -는 데다가,        -는지 알다,
                          -는,        -는 편이다        …       
나.        좋다, 예쁘다        :        -(으)ㄴ데,        -(으)ㄴ 줄 알다,        -(으)ㄴ 데다가,        -(으)ㄴ지 알다,
                          -(으)ㄴ,        -(으)ㄴ 편이다        …       

  (9)는 선행어가 동사냐 형용사냐에 따라 ‘-는’과 ‘-(으)ㄴ’이 상보적으로 선택되는 경우이다. (9가)는 선행어가 동사일 경우에 받침에 관계없이 ‘는’ 계열의 어미가 선택된다. (9나)는 선행어가 형용사인 경우인데 받침이 있을 때는 ‘-은’ 계열의 어미가, 받침이 없을 때는 ‘-ㄴ’ 계열의 어미가 선택된다.

  (10)
가.        잡다, 가다        :        -는군요,        -는다면
/ㄴ다면,        -는다고
/ㄴ다고,        -는다니
/ㄴ다니 …
나.        좋다, 예쁘다        :        -군요,        -다면,        -다고,        -다니  …

  (10)은 선행어가 동사일 때는 현재시제 표지인 ‘-는/ㄴ-’이 선택되지만, 형용사일 때는 그것이 선택되지 않음에 따라 형성된 이형태이다. 다만 (10가)에서 다른 형태는 받침이 있을 때는 ‘는’ 계열의 어미가, 받침이 없을 때는 ‘ㄴ’ 계열의 어미가 선택되지만 ‘는군요’의 경우는 받침과 무관하게 언제나 ‘는’인 것이 특징이다.

  (11)
가.        잡다, 가다        :        -나요?,        -나 봐요.
나.        좋다, 예쁘다        :        -(으)ㄴ가요?,        -(으)ㄴ가 봐요.

(11)은 선행어가 동사냐 형용사냐에 따라 완전히 형태가 달라지는 경우이다. (11가)처럼 동사일 경우에는 받침과 무관하게 ‘-나요’가 선택된다. 선행어가 형용사일 경우에는 (11나)처럼 받침이 있으면 ‘-은가’, 받침이 없으면 ‘-ㄴ가’가 선택된다. 보통 한국어 교재들에서 표제어로 이형태를 제시할 때 형태론적 이형태와 음운론적 이형태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학생들이 한국어의 이형태의 체계를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어미는 스스로 가지고 있는 의미적 속성에 따라 시제가 결합되는 특징이 다르다.

  (12) 가. 잡다, 좋다 : -고 싶다, -으십시오, -읍시다, Vst-어서, -으려고, -으러, -기 전에, -은 후에, Vst-어 가지고
      나. 잡았다, 잡겠다, 좋았다, 좋겠다 : -지요?, -고, -군요, -지만, -더군요.
      다. 잡았다, 좋았다 : -으니까, -으면, -어도, -다가, -던, -으면서, -을 테니까, -을 거예요, -을 때

  (12가)는 과거나 미래 등, 시제가 결합할 수 없는 형태이다. (12나)는 과거나 미래가 다 결합할 수 있는 형태들이고, (12다)는 미래는 결합할 수 없지만 과거는 결합할 수 있는 형태들이다. 교사는 형태별로 시제 결합의 특징을 제시해 주어야만 학생들의 오류를 방지할 수 잇다. 
  어미 중에는 자신의 형태 안에 시제를 내포한 형태가 있고 그렇지 않은 형태가 있다.

  (13) 가. -은데, -는데/-겠는데/-었는데
      나. -군요, -는군요/-겠군요/-었군요
      다. -다고, -는다고/-겠다고/-었다고

  (14) 가. -은, -는/-을/-은
      나. -은 줄 알다, -는/-을/-은 줄 알다
      다. -은 데다가, -는/-을/-은 데다가

  (13)은 어미 안에 시제가 내포되지 않은 형태이다. 그러므로 (13가)는 현재, 미래, 과거를 ‘좋은데, 먹는데/먹겠는데/먹었는데2)’와 같이 시제 형태를 직접 붙여서 표현한다. (13나), (13다)도 마찬가지다. 반면 (14)는 어미 안에 시제가 내포된 형태이다. 대표적인 것은 (14가)의 관형사형 어미이다. 그래서 형용사 현재시제는 ‘-은’, 동사 현재시제는 ‘-는’이고, 미래시제, 혹은 추측은 ‘-을’, 과거는 ‘-은’으로 형태 안에 시제가 포함되어 있다. (14나)와 (14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시제를 내포한 형태가 항상 (14)와 같은 형태로 규칙적인 것은 아니다.
 
  (15) 가. -은지 알다, -는지/-을지/-었는지 알다
      나. -은가요, -나요/-을 건가요/-었나요

  (15가)에서 현재시제는 ‘-은지, -는지’, 미래시제는 ‘-을지’로 (14)와 유사한 유형이지만 과거시제일 때는 직접 ‘-었-’을 붙여서 표현한다. (15나)의 경우는 미래는 ‘-을 건가요’, 과거는 ‘-었나요’로 표현한다.
  이와 같이 시제 형태의 결합 여부나 포함 여부를 학생들에게 한 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일은 쉽지 않다. 각각의 문법 항목들을 다룰 때 특징으로 제시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연습시켜야 한다.
 
2.3. 통사적 규칙
  어미도 조사와 마찬가지로 문장 내의 다른 성분에 영향을 미쳐 쓰임을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선행절의 연결어미가 후행절의 종결형을 제약하는 경우, 어미가 주어를 제약하는 경우, 어미가 선행 용언의 종류를 제약하는 경우 등이 있다.

  (16) 가. 추워서 문을 닫습니다. (*닫으십시오, *닫읍시다)
      나. 추우니까 문을 닫으십시오/닫읍시다.(?닫습니다)

  (17) 가. 아이가 자거든 떠나세요./떠납시다.(*떠납니다./*떠납니까?)
      나. 아이가 자면 떠나세요./떠납시다./떠납니다./떠납니까?

  (16가)에서 ‘-어서’는 평서형 종결어미와는 잘 호응할 수 있으나 명령형과 청유형 종결어미와는 호응하지 못한다. 반면 (16나)에서 ‘-으니까’는 명령형과 청유형 종결어미와는 잘 호응하지만 평서형 어미는 제한적으로만 자연스럽다. (17가)에서도 ‘-거든’은 명령형이나 청유형과는 잘 호응하지만 평서형과는 잘 호응하지 못한다. 이것은 (17나)의 ‘-으면’은 모든 서법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과는 대조된다.
  종결어미가 문장의 주어를 제약하는 경우도 있다.
 
  (18) 가. 어제는 민주가 그 식당에 가던데요.
      나. *어제는 내가 식당에 가던데요.
      다. 어제는 (내가) 배가 많이 아프던데요.

  (19) 가. 보너스를 받아서 기분이 좋겠군요.
      나. 보너스를 받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18가)에서 ‘-던데요’는 2인칭이나 3인칭 주어와 같이 쓸 수 있지만 (18나)를 보면 1인칭 주어에는 제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8다)가 성립되는 것으로 보아 ‘-던데요’ 앞에 동작동사가 올 때만 1인칭 주어가 제약됨을 알 수 있다. 또한 (19가)와 (19나)를 비교해 보면 ‘군요’는 2,3인칭 주어에만 자연스럽고 1인칭 주어와는 호응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어미 중에는 동사든 형용사든 다 어울릴 수 있는 어미가 있는 반면에 동작동사와만 어울리는 어미가 있고, 형용사와만 어울리는 어미가 있다.

  (20) 가. 잡다, 가다 : -으십시오, -읍시다, -고 싶다, -어 보다, -지 말다, -고 있다, -어 버리다, -을까 하다, -으려고, -으려면, -다가, -자마자, -는 동안, -은 후에, -기 전에 …
      나. 좋다, 예쁘다 : -어지다[점진적 변화], -어하다, -어 보이다 …

  (21) 가. 잡다 : -어 놓다, -어 두다, -어다가
      나. 가다 : -어 있다
 
  (20가)는 형용사와는 어울리지 못하고 동사만 올 수 있는 어미이고, (20나)는 동사와는 어울리지 못하고 형용사만 쓸 수 있는 어미이다. 더 나아가 동사만 올 수 있는 어미 중에는 (21가)와 같이 타동사와만 어울릴 수 있는 어미가 있는가 하면 (21나)와 같이 자동사와만 어울릴 수 있는 어미가 있다. 어미가 어미를 제약하거나 어미가 주어를 제약하는 것, 동사를 제약하는 것은 모두 해당 어미의 중요한 기능적 특징이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어미의 의미, 혹은 기능을 정확히 제시하는 것 못지않게 통사적 특징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3. 불규칙 동사
  한국어의 어간과 어미는 한 동사를 구성하는 부분이지만 각각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고정되어 분리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 학습자들에게 동사를 가르칠 때는 어간과 어미를 구분해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어 학습자들이 어간과 어미를 분리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것은 어간과 어미가 쓰일 때 어간, 혹은 어미의 일부가 탈락되거나 축약, 혹은 변형되기 때문이다. 불규칙동사는 그 대표적인 것이다. 여기에서는 ‘ㄹ, ㅂ, ㄷ, 르, ㅅ, ㅎ’ 등 불규칙동사의 규칙 여섯 가지를 교수 절차와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3)

3.1. ‘ㄹ’ 동사
‘ㄹ’동사는 동사의 어간 말음이 ‘ㄹ’로 끝난 동사들이다. 이 동사들은 다른 어미가 왔을 때는 어간 말음 ‘ㄹ’이 유지되지만 ‘ㄴ, ㄹ, ㅂ, ㅅ’ 등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오면 ‘ㄹ’이 탈락된다. ‘ㄹ’ 동사를 학생들에게 연습시킬 때는 (22)와 같은 표를 이용해서 ‘ㄹ’ 동사를 연습시킬 수 있다. 연습시키는 순서는 (23)과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22) ‘ㄹ’ 동사 연습표
동사        어요/아요        ㅂ니다        십시오        는        ㄴ        -ㄹ까요?
살다        살아요        삽니다        사십시오        사는        산        살까요?
알다                                                     
팔다                                                     
놀다                                                     
만들다                                                     
달다                                                     
  (23) 가. 동사를 제시하고 각 동사의 의미를 확인해 준다.
      나. 동사의 어간이 어디인지 인식하게 한다.
      다. 동사의 어간에 ‘ㄹ’이 있음을 확인한다.
      라. 어미를 제시하고 동사 하나(살다)를 들어 예시한다.
      마. ‘-어요’ 일 때는 형태가 유지됨을 보여준다.
      바. 어미에 ‘ㅂ, ㅅ, ㄴ, ㄹ’가 있을 때는 ‘ㄹ’이 탈락됨을 설명한다.
      사. 학생 개인 활동으로 다른 동사들에 대해 도표를 채우도록 한다.
      아. 짝과 함께 맞추고 틀린 것을 고치도록 한다.
      자. 각 동사에 대해 정답을 말하거나 앞에 나와 쓰도록 한다.
      차. 질문을 받는다.

3.2. ‘ㅂ’ 동사
  어간 말음이 ‘ㅂ’인 동사 중 일부 동사는 ‘-어/아’나 ‘-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왔을 때 ‘ㅂ’이 ‘우’ 혹은 ‘오’로 바뀐다. 대부분 동사는 ‘우’로 바뀌지만 ‘돕다’와 ‘곱다’ 두 동사에 ‘아’계열 어미가 왔을 때만은 ‘오’로 바뀐다. 특히 ‘ㅂ’ 동사를 설명할 때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동사 ‘입다, 잡다’ 와 같은 동사도 설명해야 한다. (24)는 학생들에게 ‘ㅂ’ 동사를 설명하기 위한 표이다. 이 표를 활용해서 연습시키는 방법은 ‘ㄹ’ 동사의 연습 순서인 (23)을 응용하면 되므로 따로 제시하지 않기로 한다.
  (24) ‘ㅂ’ 동사
동사        습니다        어요/아요        어서/아서        으니까        은
맵다        맵습니다        매워요        매워서        매우니까        매운
춥다                                           
덥다                                           
쉽다                                           
어렵다                                           
돕다                *        *                 
*입다                                           
*잡다                                           
3.3. ‘ㄷ’ 동사
  어간 말음이 ‘ㄷ’인 동사 중 일부는 ‘-어/아’나 ‘-으’ 등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왔을 때 ‘ㄷ’이 ‘ㄹ’로 바뀐다. 이를 ‘ㄷ’ 동사라고 한다. 특히 ‘ㄷ’ 동사를 설명할 때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동사 ‘닫다, 받다, 믿다’ 와 같은 동사도 설명해야 한다. (25)는 학생들에게 ‘ㄷ’ 동사를 설명하기 위한 표이다. 이 표를 활용해서 연습시키는 방법은 ‘ㄹ’ 동사의 연습 순서인 (23)을 응용하면 되므로 따로 제시하지 않기로 한다.

  (25) ‘ㅂ’ 동사
동사        습니다        어요/아요        어서/아서        으십시오        은
듣다        듣습니다        들어요        들어서        들으십시오        들은
걷다                                           
묻다                                           
싣다                                           
*닫다                                           
*받다                                           
*믿다                                           

3.4. ‘르’ 동사
  어간이 ‘르’로 끝나는 동사 중 일부가 ‘-어/아’로 시작하는 어미가 왔을 때 ‘르’에서 ‘ㅡ’가 탈락되고 ‘ㄹ’이 하나 더 생겨 ‘ㄹㄹ’로 된다. 이를 ‘르’ 동사라고 한다. (26)은 학생들에게 ‘르’ 동사를 설명하기 위한 표이다.

  (26) ‘르’ 동사
동사        ㅂ니다        으니까        어요/아요        었/았습니다        어도/아도
다르다        다릅니다        다르니까        달라요        달랐습니다        달라도
모르다                                           
빠르다                                           
마르다                                           
고르다                                           
기르다                                           
부르다                                           

3.5. ‘ㅅ’ 동사
  어간이 ‘ㅅ’으로 끝나는 동사 중 일부 동사가 ‘-으’나 ‘-어/아’ 등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왔을 때 ‘ㅅ’이 탈락된다. 이를 ‘ㅅ’ 동사라고 한다.  ‘ㅅ’ 동사를 가르칠 때는 ‘ㅅ’이 탈락한 후에는 모음 축약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병이 나아서 ’와 ‘병이 나서’가 다름을 설명해야 한다. (27)은 학생들에게 ‘ㅅ’ 동사를 설명하기 위한 표이다.
  (27) ‘ㅅ’ 동사
동사        고        은        으면        어서/아서        었/았습니다
낫다        낫고        나은        나으면        나아서        나았습니다
짓다                                           
붓다                                           
젓다                                           
잇다                                           

3.6. ‘ㅎ’ 동사
  ‘ㅎ’ 동사는 어간이 ‘ㅎ’으로 끝나는 형용사 중 일부가 ① ‘-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왔을 때 어간의 ‘ㅎ’이 탈락된 후 다시 어미 ‘-으’가 탈락되거나  ② ‘-어/아’로 시작되는 어미가 왔을 때 ‘ㅎ’이 탈락되고 어간 ‘ㅏ/ㅓ’와 어미 ‘ㅏ/ㅓ’가 축약되어 ‘ㅐ’가 되는 동사이다. ‘ㅎ’ 동사를 가르칠 때는 ‘하얗다’의 경우 ‘하얘서’와 같이 됨을 지적해야 한다. (28)은 학생들에게 ‘ㅎ’ 동사를 설명하기 위한 표이다.

  (28) ‘ㅎ’ 동사
동사        고        은        으면        어서/아서        었/았습니다
빨갛다        빨갛고        빨간        빨가면        빨개서        빨갰습니다.
파랗다                                           
노랗다                                           
하얗다                                           
까맣다                                           
이렇다                                           
저렇다                                           
그렇다                                           
지금까지 조사의 문법 규칙과 어미의 문법 규칙, 불규칙동사의 규칙을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제시된 규칙은 대부분 한국어 교실에서 필수적으로 언급되어야 할 기초적인 것들로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꼭 알고 있어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너무 기초적인 것들이어서 굳이 정리할 필요가 없는 선생님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리된 자료가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있다면 교사들에게도 유용하지 않을까 해서 제시해 본 것이다. 졸고가 여러 선생님들께 유용한 자료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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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 특별히 구어체로 표기해야 할 경우는 ‘친굽니다’, ‘친굴까요?’로 쓸 수는 있지만 표준적 표기법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2) 현재 시제에서 동사와 형용사에 형태 대립이 있는 경우라도 과거나 미래에서는 형태 대립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즉, ‘-은데’와 ‘-는데’는 ‘좋은데’, ‘먹는데’와 같이 현재에서는 형태가 나누어지지만 ‘좋겠는데, 먹겠는데’, ‘좋았는데, 먹었는데’와 같이 과거와 미래에서는 ‘-는데’만 사용한다. 
3) 이 중 학교문법에서 ‘ㄹ’ 동사는 불규칙동사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어간 말음이 ‘ㄹ’로 끝나는 모든 동사는 같은 환경에서 ‘ㄹ’이 규칙적으로 탈락되기 때문에 규칙동사로 본다. 그래서 여기서는 불규칙동사라는 용어보다는 “‘ㄹ’ 동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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